[J64]배터리 성능의 역설: 전극을 '덜' 깎았을 때 더 빨라지는 이유
배터리 성능의 역설: 전극을 '덜' 깎았을 때 더 빨라지는 이유 Introduction: A Relatable Problem 스마트폰 충전 케이블을 꽂고 한참을 기다려도 좀처럼 오르지 않는 배터리 잔량에 답답했던 경험,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것입니다. 전기차 운전자라면 충전소에서 보내는 시간이 야속하게 느껴질 때도 많습니다. 이처럼 느린 충전 속도는 현대 기술의 대표적인 골칫거리 중 하나입니다. 이 문제의 중심에는 리튬인산철(LiFePO4) 배터리가 있습니다. 이 배터리는 높은 안전성, 긴 수명, 그리고 저렴한 가격 덕분에 많은 기기에서 사랑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치명적인 약점이 하나 있으니, 바로 '속도 성능(rate capability)'이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즉, 빠르게 충전하거나 방전할 때 배터리 용량이 급격히 감소하는 문제입니다. 수많은 과학자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복잡한 화학적 방법을 연구해왔습니다. 그런데 만약 해답이 화학이 아닌, 놀랍도록 단순한 물리적 구조 변경에 있다면 어떨까요? 1. 문제의 핵심: 화학이 아닌 '구조'에 있었다 리튬인산철(LiFePO4) 배터리의 충전 속도가 느린 근본적인 원인은 분자 구조에 있습니다. 내부의 산소(O) 원자가 철(Fe)과 인(P) 원자에 강력한 공유 결합으로 묶여 있어 소재 자체의 이온 전도성이 낮아지고, 이것이 결국 리튬 이온의 원활한 이동을 방해합니다. 이전 연구들은 다른 원소를 섞는 '도핑'이나 탄소 나노섬유를 추가하는 등 화학적 해법에 집중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완전히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바로 전극의 물리적인 '구조'를 바꾸는 것입니다. 연구팀은 나노초 레이...